合意書
合意書
(1)
정신 병동 원장은 속이 상한다.
경상도서 난 막내 딸과
전라도서 난 막내 아들이
잘 싸운다.
잘 노는가 싶더니 또 싸운다.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가끔 우는 날도 있고 웃는 날도 있다.
말똥에다 굴러도 이승이 낫다더라
죽은 조상도 옳다더라
예수도 석가도 공자도 마호멧도 옳도다 하더라.
죽은 성인이 산 문둥이만 못하더라
살았을 때 꿈을 다 이루라.
본래 귀한 육신을 쓰고 덜 벗은 땟 자욱 다 벗으라.
(2)
땅 속에서 들려오던 유아의 울음 소리와
그 유아를 생매장 한 산부인과 원장이
아직 합의서에 도장을 못찍었다더라
석달만에 핏덩이와
숨은 애비가 아직 합의서를 쓰지 못했단다
여섯달만에 능지처참된 태아와
바람난 어미와 아직 합의서에 손도장을 못찍었다더라.
애비에게 수 없이 능욕 당하다가
생식기가 찢어져 죽은 어린 딸이
아직 하혈을 멎지 않고 흐르다더라.
오라비에게 몸 뺏기고 창녀된 누이가
아직 합의서에 손도장을 못찍었다더라
제부와 나 어린 새엄마를 범하다가
치정의 애비칼에 찔려죽은 아들과 애비가
아직 손도장을 못찍었다더라
그 뿐이랴 그 뿐이랴!
정신 병동 원장이 밤잠을 못자고
원장들의 이야기를 받아쓰더라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며
죽으면 그만이 아니더라.
없애버린다고 그만이 아니더라.
복잡하더라 복잡하더라.
살았을 때 죄 짓지 말라.
(3)
꼬부랑 골목길 담넘어 감나무 하얀 꽃 하나
또르르 굴러 떨어지면서 하는 말 들어보았나
스물여덟 제 아들 장래만 제일이고,
열 두살 남의 딸 애기는 어쩔텐가
욕봤다가 인사인 마을에
교장도 증축 공사장 감독도
식당, 슈퍼집 아저씨까지 찾아와
合意書를 쓰라고 했단다.
강한자들이 약자 앞에 몰려와서 합의하잔다
이미 당한 피해니 어쩌냐고 말하지 말라
제자식 한번 당해보라지.
헌법이 청부업자 찻잔은 아니다
강간법들을 위해서 법률이 휴지쪽은 아니니까
책임질수도 없는 자들아.
범인을 동정하지 마라.
모르거든 입 다물라.
그 속사정을 누가 아는가
범인의 부모심정도 하늘사랑인가?
용서는 하더라도 비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용서는 하더라도 합의하지 못하는 속사정을 아는가
무조건 사랑은 사기성 사랑이다.
날씨만큼 우울한 안개낀 마을에
황달 걸린 보리 논들이
속상한다고 꾸역꾸역 연기만 피워대고 있더라
수치스러우니 덮어두자는 유혹에 약한자에게
들통만 안나면 죄인아니라는
간첩세상에
빌면 귀신도 듣는다는 말로 악질 가해자들의
간덩이를 키우지 말라.
교황이 총 맞은 것은 십자가를 진 것이고
누구는 죄 받아서 그런가
바라바는 죄지어도 민중이란 패거리들 때매
살아야하고 예수는 죄 없어도 민중의 이름으로
처형당해야하는
그런 십자가는 뜯어내어라.
음험한 간음의 골짜기에서 저질러진
베일을 벗기라.
예수의 애비를 못대는 기독교는
예수처럼 처형 당해야 한다.
살인마 고재봉이 천국갔다고 거짓말 말라.
앞으로 김일성이 먼저 천국간다고 말할것이니까
누가 예수를 죽기 위해 왔다고 가르치는가!
(4)
사장 字 다음에 님 字를 붙인 독극범의 편지는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가?
6학년 교실 옆. 구식 변소로 끌려가
추행당한
딸의 어머니가
교무실서 실신을 했다.
개에게 물렸다면서
엄마를 붙들고 벌벌떠는
어린 딸 둔
엄마는 말 해보라.
한맺인 새벽종은 떨어지라.
새벽기도. 몇 사람 잠깨우려고
15분간 타종하던 종각의 횡포도 멎으라.
새벽잠 달게 못자는 선량한 단군의 후예는
아직도 예수와 합의서에 도장을 안 찍었다.
낙동강 치마 말끈 당겨 매고
물레돌리던 할매가
섬진강까지 따라왔다가 또 목을 풀었다.
남한 산성 밑 영창대군의 부러진 비석같은
맥빠진 산 기슭
(5)
볼 수 없는 장님은 말도 하지 않는다
고향에 돌아 갈 수도 없는 너는
이상한 꿈을 꾸고
건너야 할 강을 두고 벗어둔 윗통을 입을 때이다.
써야 할 시와
간추린 일기장과
정리할 쓰레기들을 그냥 두고서 보고만 있을텐가
너와 아내.
부모와 너.
자식과 너.
합의서에 손도장을 찍었느냐?
갈라진 고향 아부지의 손등을 봤느냐?
종합 터미널 바닥보다 더러운
막내동이 손바닥에 들려진
마른 쥐포 한마리를 유심히 봤느냐!
관절염 무르팍으로
앉은뱅이가 되서 앓고 있는
고향 어머니와 합의서에 손도장을 찍었느냐!
아무리 부모라도 불효자식은 밉다.
예수의 맘도 모르면서
죄 없는자 이 여인을 쳐라고 말하지 말라.
언젠가는 때가 오면
모두들 한데모여 넓고도 너른 나라의 벌판에서
만나야 한다.
그때는 그 분의 뜻대로
합의서에 손도장을 찍어야 한다.
이 원고도 원본 그대로 보낸다
영계 강간살해당한 원령들의
얘기라는 것을 이해바란다.
좀 듣기 거북한 내용도 있으나
현실 사회는 이보다 더한것이다
영계 시인들은 이 시를 빨리
발간하라고 수없이 제촉했으나
나는 아직 발표안했다
좀 더 간추려 작품을 만들어야
발표가 가능할 것이다.
김태주
2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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