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양 순석

  • 통일세계

  • 1978년 10

망양 순석

바다를 두르고 뫼들이 솟아
파도로 깍이던 밤을 사르고,
피서답게 물든
하늘을 빨래하는
동해의 아침은
생명의 울음으로 번쩍인다.

열여덟해 전 세째달 열이틀
삼척과 포항 중간
(울진과 평해 사이)
망양 해변 좁은 백사장에서
복귀의 한어린 발자욱을 남기며
파도에 억만년
씻기고 갈린
작은 돌을 점지 하시고
巡石이란 작명을 하시던 그 날,

더듬어도 더듬어도
알 길이 없는
심정의 손길
4백년전
관동팔경을 노래하던
정 송강이 신선을 만났다던
망양정도 흔적이 없는데

한 날 한 때
주인을 맞기위해
푸른 소금물에
끝없이
씻어왔던
작은 바위는
은결 조리로 일건진
백모래를
고이 덮고 있다.

바다보다 엷은 하늘이
바다를 끌어안고
하늘보다 진한 바다가
응석을 부리고,
백사장보다 하얀
파도의 앙금이
험디따가리같은 바위들을
뛰어 넘으며
물장구를 쳤을 텐데

그날이던 오늘이
꼭이 그날이야 아니지만
지금쯤 당신은 버려도 좋을
망향 해변에서
18년 세월에 비친
밤 하늘의 별들같은
巡石의 의미를 헤아리며
땋아버린 조개껍질과 함꼐

매끌매끌하고도
작은
돌을 줏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