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이여 안녕

  • 영남일보

嶺南이여 안녕

신라와 경상도가 함축된 이름을 점지받아
태고의 전설이 서린 고목나무 버티어 선 태백산맥 기슭
고향망르에서 작은 한 생명이 배태되었다
여남이는 해방과 더불어 출생하였고 6.25 동족상쟁의 피를 먹고 고지를 넘었다
4.19~5.16의 고량을 건너
이 날까지 풍상을 맞으며 잘도 커왔던 영남아!

전국 방방곡곡을 두루다니며 일을 하다가
어둠살이 들때면
하루같이 대문을 두드리며
밝게 웃어주던 너무도 착한
우리들의 조강지처가 되어
외로운 우리들에게 성숭한 벗으로,
그렇게도 사랑받던 너가
우리와 이별한다니
믿어지지 않는구나

우리들이 너보다 늦게 돌아 오던날에는 안방에 미리앉아 지루한듯 고대하던 너의 모습을
이제는 영영 볼 수가 없다니
어느땐가 너가 교통사고로 밤 늦게 돌아오던날 우리들은 문밖에서
너를 기다리다가 못해
기찻길 없는 산골 버스 정류장까지 마중을 나간적도 있었지.

이미 우리들의 가슴속에 패여버린
너의 영상을 어이 지우랴!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는 더욱 너를 적극적으로
사랑했을 것을
수줍은듯 맵시있던 너를 두고
맘으로만 좋았던
바보같던 우리들의 못남을 어이 하리오.

보다 큰 하나를 위해서
35년된 너의 나이태를 녹여
순국의 여걸처럼 한방울의
물방울이 되어도 좋다.
하나되는 기쁨이 따로이 피어나던 개성미보다
더욱 큼직해야 할 것이다.